집이란 현재와 과거의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취향과 관심사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 모든 발자취가 집 곳곳에 남아있다. 그러기에 가끔 멍하니 집을 걸어 다니며 과거의 발자취들을 짚어보고 다닌다. 과거엔 좋아했던 것들도 어느새 창고에 박혀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쓸쓸해진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정리해야 함을 알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는 것은 그 물건들에 담겨있는 그 시절 나의 모습이 보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하나씩 쌓아두다가 어느새 의도치 않은 맥시멀리스트가 되어버렸다. 미니멀리스트는 이번 생에선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과거의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면 점차 나의 취향도 다듬어지는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잘 몰랐던 시절 마구잡이로 사들인 것들부터 점차 확고해지는 취향에 맞춰 산 물건들로 점점 좁혀진다. 이렇게 집 정리를 하면서 오늘도 나에 대해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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