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집에 있을 때 항상 목이 다 늘어진 티셔츠에 대충 추리닝을 입고 누워있었다. (사실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거라 믿고 있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이다.
너무나 예쁘게 꾸며놓은 집에 후줄근한 내 모습은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이었다.
내 취향에 맞춰 집은 예쁘게 꾸몄지만 정작 그 집에서 생활하는 나의 모습엔 관심조차 없었다.(심지어 나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집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집과 어울리지 않는 집주인이란 너무나도 모순적인 사실이다.
외출할 때는 타인에게 보이는 나를 위해 그렇게 옷에 신경 쓰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나의 시선에선 그저 후줄근한 아줌마의 모습에 충격을 꽤 받았다.
그때부터 나는 홈웨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집에서 생활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건 나와 남편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더 진실로 추구하는 생활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느낌이다.
일과를 끝내고 말끔한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울 때의 그 기분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몽글몽글하다.
나 자신에게 주는 이런 작은 대접들이 나의 하루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언젠가 매릴린 먼로처럼 샤넬 넘버 5만 입고 자는 것도 나의 로망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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