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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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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그 사람의 향기 나는 향수 뿌리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외출할 때면 항상 뿌리고 나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향수를 모으게 되었는데 확실히 향수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도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만 해도 20대 때는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의 향수를 애용했지만, 30대가 되면서 좀 더 무겁고 머스크향이 강한 계열로 바뀌게 된 것 같다.  가끔 예전에 자주 쓰던 향수를 오랜만에 다시 뿌리면 신기하게도 그 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향기만큼 추억을 생생하게 회상시키는 건 잘 없는 것 같다. 길에서 어쩌다 예전 남편 향수 냄새를 맡으면 남편과 아직 사귀기 전 시절이 떠오른다. 남편에게 처음으로 설렜던 순간도 그 사람의 향수 냄새였던 것 같다. 취향의 향기는 생각보다 파괴력(?)이 강력하다. 그러니 좋은 향기가 나는 남자를 조심하자. ..
02. 집과 어울리는 집주인 예전에는 집에 있을 때 항상 목이 다 늘어진 티셔츠에 대충 추리닝을 입고 누워있었다. (사실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거라 믿고 있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이다. 너무나 예쁘게 꾸며놓은 집에 후줄근한 내 모습은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이었다. 내 취향에 맞춰 집은 예쁘게 꾸몄지만 정작 그 집에서 생활하는 나의 모습엔 관심조차 없었다.(심지어 나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집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집과 어울리지 않는 집주인이란 너무나도 모순적인 사실이다. 외출할 때는 타인에게 보이는 나를 위해 그렇게 옷에 신경 쓰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나의 시선에선 그저 후줄근한 아줌마의 모습에 충격을 꽤 받았다. 그때부터 나는 홈웨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집에서 생활하는 나의..
01. My Space 집이란 현재와 과거의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나의 취향과 관심사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 모든 발자취가 집 곳곳에 남아있다. 그러기에 가끔 멍하니 집을 걸어 다니며 과거의 발자취들을 짚어보고 다닌다. 과거엔 좋아했던 것들도 어느새 창고에 박혀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쓸쓸해진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정리해야 함을 알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는 것은 그 물건들에 담겨있는 그 시절 나의 모습이 보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하나씩 쌓아두다가 어느새 의도치 않은 맥시멀리스트가 되어버렸다. 미니멀리스트는 이번 생에선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과거의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면 점차 나의 취향도 다듬어지는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잘 몰랐던 시절 마구잡이로 사들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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